촛불을 끈 이유

글쎄.
어차피 고기도 먹지 않는 내가 처음부터 촛불 시위를 지지한 까닭이 있다면,
이런 시위로 인해 보수주의적이고 사실 이상적인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있는 한국 정치가, 국민이 힘이 있는 사회로 탈바꿈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켜본 결과 그럴 희망이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에 더이상 이글루로 나마 집회에 지지를 보내는 것을 멈추려 한다.
리더쉽과 신망, 그리고 진실됨 없이 계속해서 치명적인 판단을 내리는 대통령도 문제요,
그렇지 않아도 다분히 이기적인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라는 시작에서, 이제는 본래의 목적도 잊어버리고 감정에 휩싸여 폭력으로 치닫는 집회를 볼 때면 아직 성숙한 분별력을 가진 사회가 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두번째로 좀더 개인적인 얘기를 하자면
지금 북한인권 비영리 단체를 위해 인턴을 하면서 입에 들어가는 쇠고기가 어떠니 저떠니 하는 일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일들에 마음을 빼앗겨서이다. 북한에서는 광우병 걸린 위험이 있는 소고기든 아니든 먹고 죽을 거나 있으면 다행인 실정에, 수입 재협상 하라고 한달을 내리 촛불을 드는 것을 보면 저런 열정을 자신이 아니라 남을 돕는데 쓰라고 하기에는 무리인가, 라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환경적인 관점에서 얘기하면, 소고기 수입은 몸에 그다지 좋지도 않은 고기를 많이 먹는 식습관에서 비롯도니 것이고, 광우병이란 초식동물인 소에게 고기를 먹여서 초래된 병이 아닌가.


블로그에서는 버닝하는 것들에 대해서만 얘기하려 했는데 말이 나왔으니 일 얘기도 해야겠다.

저번주 신촌, 강남, 명동 거리 등에서 돌아다니며 인권 캠페인을 했었다.
2년전에도 했었었지만 그 때의 거부반응을 참작해서 이번에는 좀더 온화한 방법으로 노란 말풍선이나 하트 모양을 들고 다닌다던가, 얼음처럼 멈추어 서서 전단지를 나누어주는 것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간부들끼리 생각해 보건데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홍보하는 것도 좋지만 그것 때문에 진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가?
사람들이 정치수용소에서 총살 당하고, 어린 아이들이 굶어죽고 여자들이 성매매 당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것을, 사람들이 모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빙빙 돌려 말한다면 인권단체로서의 우리 수행을 충실히 하지 않는게 아닌가?

가끔 진실은 사람을 괴롭게 하고 그것은 분노, 외면이나 빈정거림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2년전 우리는 극단적 친북 단체에게 난폭하게 다뤄지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욕을 먹기도 했다.
그 때보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그렇다고 손놓고 절망하는 것은 안될 말이다.

며칠간 이글루를 돌볼 틈이 없었고, 당분간은 또 계속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아마도 저번처럼 북한을 위한 장례식을 치를지 모른다.

이번에는 광화문 시청 앞, 미친 쇠고기를 먹지 않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눈 앞에서.


*연우는 일하는 단체, LiNK를 위한 다음 블로그 운영 중입니다.
  그곳으로 방문해 주시고, 뜻이 있으신 분들은 저희 캠페인이나 앞으로 있을 장례식, 열린 토론 등에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www.blog.daum.net/linkglobal




by 煙雨 | 2008/06/30 12:19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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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다비 at 2008/06/30 12:32
지금 나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부의 폭력진압에, 독재에 화가 나 위험을 무릅쓰고 나와 있는 거지 쇠고기 얘기는 잊혀 나오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어청수를 구속해라 가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죠.
Commented by 권모씨 at 2008/06/30 12:42
소고기는 아주 작은 사건에 불고합니다. 자꾸 언론이나 외부에선 "소고기문제"하나를 두고 말하는군요. 덕분에 외신에선 반미운동 어쩌고 하고- 우리는 반미 안합니다. 단지 소고기문제를 걸거 넘어졌을뿐, 그리고 그것을 미국정부보다는, 개념박살난 이명박과 그의 똘마니들에게 원인을 두고 있는겁니다. 물론 여기서 대운하. 영어공교육. 공기업의민영화. bbk. 대선공약개무시. 물가상승. 주가하락. 여론조작 등도 함께 말이죠.
Commented by 권모씨 at 2008/06/30 12:46
북한문제는. 객관적으로 봤을땐, 집밖에 문제입니다. 집안문제를 해결하고 나야, 집밖을 신경쓰던 말던 하겠죠. 그리고 개인적으론 북한의 핍박받는 동포들보다는. 광화문현장에서 전경들에게 밟히는 친구들이 더 걱정됩니다. 뭐. 보는눈이 좁은 사람의 의견입니다.
Commented by Cloudia at 2008/06/30 13:00
고시 이후, 문제는 광우병 위험 쇠고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공권력을 사용하여 정부의 일에 일절 반대할 수 없게 해주마-라고 정부가 대놓고 선포했다는게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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